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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루어질지니: 소원을 향해, 뒤틀린 욕망, 선택의 대가, 관계의 진실

by 짧은 글의 단락 2025. 12. 10.

다 이루어질지니 포스터

2025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 이루어질지니는 “당신의 모든 소원을 이루어드립니다”라는 미스터리한 제안 아래 시작되는 인간 욕망의 확장과 파국을 그린 판타지 스릴러입니다. 단순히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판타지 장치에 머무르지 않고, 그 욕망이 다른 사람과 새로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치밀하게 파고들며 인간 선택의 본질을 묻는 작품입니다. 드라마는 소원이 실현될수록 현실과 관계, 감정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뒤틀리는 과정을 통해 “소원을 이룬다는 것이 정말 행복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둡니다.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등장인물의 감정과 선택은 매우 현실적이며, 판타지 장르가 사회와 인간 심리를 반영하는 방식이 돋보입니다.

소원을 향해

드라마의 시작은 평범한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과 결핍을 이유로 ‘어떤 것이라도 이룰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선택하며 본격적으로 움직입니다. 어떤 이는 사랑을, 어떤 이는 성공을, 어떤 이는 복수를 소원으로 선택합니다. 소원은 하루아침에 현실이 되고, 이들은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얻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의 감정’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소원을 이루기까지 감춰져 있던 욕망의 뿌리, 그리고 그 욕망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함께 드러냅니다.

이들은 소원을 이루는 순간부터 행복의 절정에 있는 듯 보이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가진 것이 커질수록 지켜야 할 것 또한 커지고, 만족은 곧 불안으로 바뀌며, 행복은 두려움으로 전환됩니다. 드라마는 우리가 늘 바라던 꿈과 성취가 왜 완전한 만족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소원이 이루어지면 다음 소원을 꿈꾸는 인간 본성의 구조를 보여줍니다. 즉, 결핍이 사라지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결핍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결핍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짚습니다.

뒤틀린 욕망

소원은 단순한 기회가 아닌, ‘욕망의 가속 장치’로 작동합니다. 소원이 이루어지면 끝이 아니라, 사람은 더 큰 것을 원하게 됩니다. 비교가 시작되고, 타인을 의식하고, 욕망에 비례해 관계는 균열을 시작합니다. 누구보다 소중했던 사람이 ‘경쟁자’가 되고, 얻지 못한 것이 탐욕의 이유가 되며,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시간이 흘러갈수록 욕망은 정당화됩니다.

드라마는 이 욕망의 변질을 서서히, 그러나 예리하게 보여줍니다. “나는 이 정도는 당연히 누릴 자격이 있어”라는 자기 합리화는 인간 행동의 시작점이 되고, 이 과정에서 도덕적 판단은 흐려집니다. 욕망은 언제나 숨겨진 곳에서 시작하지만, 그 끝은 노골적이고 파괴적입니다. 특히, 소원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던 감정이, 소원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오히려 더 큰 불안을 가져오는 장치가 된다는 점을 드라마는 반복해서 경고합니다.

선택의 대가

이 드라마가 강조하는 것은 “모든 소원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오래된 명제입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상상했던 형태가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돌아옵니다. 소원을 이룬 인물들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내가 바랐던 게 이게 아니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대가는 단순한 처벌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관계가 무너지고, 신뢰가 사라지고,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 대가는 누군가의 실수나 불운 때문이 아니라, ‘소원을 이루는 과정에서 스스로 선택한 행동’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드라마는 소원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행복이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의 가치와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관계의 진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소원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소중했던 관계가, 소원이 이루어진 후에는 경쟁과 의심의 대상이 됩니다. 누군가는 나의 성취를 축하해 주고, 누군가는 불편해하며 거리를 둡니다. 드라마는 관계 속 감정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사랑도, 우정도, 가족도 욕망이 개입하는 순간 균열을 맞이하며, 그 균열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이야말로 감춰진 진실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관계는 우리가 가진 것에 따라 달라지고,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합니다. 소원이라는 비현실적 장치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현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때로 결과가 아닌 과정 속 태도로 관계를 망치기도, 다시 회복하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결국 묻습니다. “우리가 진짜 붙들어야 하는 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