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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악의 기원, 실화 사건의 재조명, 드라마의 미

by 짧은 글의 단락 2025. 11. 23.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포스터

SBS 금토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Through the Darkness, 2022)은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파일러가 된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심리 수사극입니다. 표창원, 권일용 교수가 쓴 동명의 논픽션 르포를 원작으로 하며,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사회를 공포에 떨게 했던 실존 연쇄 살인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파헤친 범죄행동분석팀(프로파일링팀)의 탄생 및 활약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습니다. 배우 김남길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범인의 행동뿐 아니라 '악의 기원'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치밀한 서사가 돋보이는 웰메이드 장르물입니다.

악의 기원: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시작

드라마의 가장 큰 핵심은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역사 그 자체를 다룬다는 점입니다. 과거 한국의 수사 방식이 주로 범인의 자백이나 목격자 증언에 의존했던 시대, 범죄자 심리를 분석해 수사에 활용하는 '범죄행동분석'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하려는 초기 프로파일러들의 고군분투를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송하영 (김남길 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범죄행동분석팀(KCS) 소속의 프로파일러입니다. 그는 뛰어난 공감 능력과 예민한 관찰력을 가진 인물로, 살인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심리를 읽어내고 그들의 마음에 직접 들어가 진실을 파헤치려 합니다. 김남길 배우는 외향적인 액션 대신 섬세하고 내성적인 눈빛 연기로, 범인의 악에 깊이 침투하면서도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는 송하영의 복합적인 내면을 탁월하게 표현했습니다.

국영수 (진선규 분): 범죄행동분석팀을 창설한 형사입니다. 당시 경찰 조직 내에서 생소하고 비과학적이라며 외면받았던 프로파일링의 필요성을 간파하고, 송하영과 함께 팀을 이끌며 범죄 심리 분석의 토대를 다지는 선구자적 역할을 합니다. 진선규 배우는 따뜻함과 뚝심을 겸비한 리더십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습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포스터

실화 사건의 재조명: 한국 사회를 뒤흔든 공포

드라마는 '유영철 사건', '정남규 사건' 등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연쇄 살인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여 에피소드를 구성했습니다. 이는 드라마에 단순한 허구를 넘어선 묵직한 현실감과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부여합니다.

  • 범인의 심층 분석: 프로파일링은 단순히 범인을 잡는 것을 넘어, '왜' 그들이 그런 악행을 저질렀는지, 그 악의 기원을 심층적으로 탐구합니다. 드라마는 범죄자의 환경, 심리 상태, 그리고 범죄 패턴을 분석하며 그들의 행위에 숨겨진 논리와 궤적을 쫓습니다.
  • 시스템과의 충돌: 새로운 수사 기법을 도입하려는 프로파일링팀은 기존 형사들의 경험 기반 수사 방식과 끊임없이 충돌합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조직 내의 갈등과 편견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새로운 시스템이 사회에 정착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를 현실적으로 묘사합니다.

드라마의 미학: 묵직한 서스펜스와 휴머니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자극적인 연출보다는 심리적 서스펜스에 집중합니다. 살인 현장이나 범인의 진술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감과, 범인의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송하영의 고뇌를 통해 묵직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1. 감정적 톤: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진지한 톤을 유지하지만, 이는 범죄자의 잔혹함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하려는 프로파일러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휴머니즘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악을 대면하면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송하영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짙은 여운을 남깁니다. 2. 원작의 힘: 르포를 원작으로 한 만큼, 사건의 디테일과 수사 과정의 논리적인 전개가 매우 탄탄합니다. 시청자들은 단순히 드라마를 보는 것을 넘어, 한국 범죄 수사의 역사를 배우는 듯한 지적인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총평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한국형 범죄 심리 수사극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명작입니다. 김남길, 진선규 등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력과 치밀한 연출, 그리고 실화 기반의 서사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잔혹한 범죄를 다루면서도, 결국은 인간의 '선'과 '정의'를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범죄 수사물, 특히 프로파일링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라면 반드시 감상해야 할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