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vve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은 서패스/김진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학교 폭력과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느와르 학원물입니다. 선천적으로 약한 피지컬을 가졌지만, 비상한 두뇌와 전략적 판단력으로 학교 폭력의 정점에 맞서는 모범생 연시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친구들과 가해자들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처절하게 그려냅니다.
약함을 무기 삼는 생존극
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는 '약한 자의 생존 방식'과 '폭력의 연쇄성'입니다. 주인공 연시은은 신체적 강함이 곧 서열을 결정하는 학교라는 약육강식의 공간에서, 자신의 '약함'을 오히려 상대를 분석하는 예리한 무기로 활용합니다. 그의 전투는 힘 대 힘의 대결이 아닌, 심리전과 치밀한 도구 사용, 환경 분석을 통한 지능적인 전략입니다.
드라마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를 넘어, 폭력이 어떻게 전염되고 내면화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시은의 행동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에서 시작되지만, 폭력에 노출될수록 그 역시 점점 더 폭력에 물들어 가는 모습을 통해 '약한 영웅'이라는 역설적인 칭호의 비극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시청자에게 폭력의 정당성과 윤리적 경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권선징악을 넘어선 어둡고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세 소년의 파국적 우정
'약한영웅 Class 1'의 몰입도는 연시은, 안수호, 오범석 세 중심 캐릭터의 복잡한 우정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성장이 아닌,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처절한 서사로 전개됩니다.
- 연시은 (박지훈 분): 학교 성적이 전부인 듯 보이는 무감각한 외톨이에서, 친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폭력의 세계로 뛰어드는 냉철한 전략가로 변모합니다. 박지훈 배우는 시은의 평소 무표정함과 폭발적인 순간의 광기 어린 눈빛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연약함 뒤에 숨겨진 강렬한 생존 본능을 입체적으로 구현했습니다.
- 안수호 (최현욱 분): 자유로운 영혼의 파이터이자 시은에게 처음으로 우정을 가르쳐준 인물입니다. 신체적인 강함과 의리를 상징하며, 시은의 가장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합니다. 수호의 존재는 시은이 인간적인 감정을 회복하고 폭력에 맞설 동기를 부여하는 핵심적인 축입니다.
- 오범석 (홍경 분): 폭력에 취약하고 자존감이 낮은 캐릭터로, 수호와 시은에게서 처음으로 따뜻한 관심과 보호를 받습니다. 하지만 열등감과 불안함이 우정을 왜곡시키고, 결국 자신의 '약함'을 가리기 위해 가장 잔혹한 가해자로 변모하는 비극적 인물입니다. 홍경 배우는 범석의 복잡한 심리와 파멸 과정을 소름 끼치도록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이 드라마의 가장 깊은 어둠을 담당합니다.
세 소년의 우정은 서로의 빈 공간을 채워주며 형성되지만, 결국 계층(강함/약함)과 오해, 불안함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이는 학창 시절 우정의 양면성, 즉 가장 순수하면서도 가장 잔인해질 수 있는 그 경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지능적인 '약자'의 전투 미학
민감한 학교 폭력 소재를 다루면서도 드라마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차별화된 액션 연출 덕분입니다. 시은의 전투는 피지컬이 아닌 두뇌가 지배하는 액션입니다.
- 전략적 설계: 연시은은 주먹 대신 교실 책상, 의자, 필기구, 분필 가루 등 주변의 모든 사물을 무기로 사용합니다. 이는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동시에, 그가 얼마나 절박하고 치밀하게 생존을 위한 전략을 짜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 날카로운 톤앤매너: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거친 톤을 유지하며, 학교라는 공간의 폭력성을 극대화합니다. 액션 장면은 화려하기보다는 빠르고 현실적이며, 타격의 고통과 감정의 격앙이 날 것 그대로 느껴지도록 연출됩니다. 이는 시은의 분노와 공포, 그리고 싸움의 절박함을 시청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 감정선과의 결합: 모든 싸움에는 시은의 복잡한 감정선이 깔려 있습니다. 단순히 이기는 것을 넘어, 자신을 억압하는 폭력의 근원에 대한 분노와 절규가 액션에 담겨 있어 높은 몰입도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총평
'약한영웅 Class 1'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치밀한 연출이 만나 웹툰 원작을 뛰어넘는 수작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특히, 연시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약하다'는 것이 물리적인 힘의 부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며, 지능과 정신력으로 생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히어로 서사를 제시합니다. 단순한 폭력 미화가 아닌, 폭력과 우정, 그리고 파멸의 과정을 심도 있게 다룬 이 드라마는 깊은 여운과 함께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을 남깁니다. 학원 느와르와 심리 스릴러를 선호하는 시청자라면 반드시 시청해야 할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