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SBS 금토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는 냉철함으로 무장한 엘리트 변호사 오수재가 거대한 권력 구조 속에서 추락하고, 다시 자신을 재정의하며 삶의 방향을 되묻는 강렬한 서사로 시작됩니다. 성공을 위해 감정과 윤리를 포기했던 한 여성이, 예상치 못한 실패와 좌절을 통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맞닥뜨리는 과정은 단순한 복수극이나 신파를 넘어, 권력의 구조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로스쿨에서 학생들과 부딪히는 과정, 과거 인연과의 재회, 그리고 다시 법정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그녀가 잃어버렸던 감정과 정체성을 되찾는 여정이자, 시청자에게도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하는 중요한 관찰입니다.
독종 변호사
오수재는 철저한 계산과 냉정함으로 TK로펌에서 최연소 파트너 변호사가 된 인물입니다. 그녀의 성공 방식은 화려했지만, 그만큼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승소율과 실적 중심의 삶은 감정과 윤리를 배제한 채 달려왔고, 그 결과 주변의 시선은 차갑고 비난은 날카로웠습니다. 드라마는 ‘독종’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강박과 상처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그녀의 선택은 때로는 생존의 방식이었고, 때로는 복수였습니다. 성공만 바라보고 달려온 삶이 결국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그 성공이 자신을 어디까지 몰고 갈 수 있는지를 매우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그녀가 처음 가진 냉정함은 단단함이 아니라 사실 위태로움이었다는 점이 드라마가 드러내는 진짜 민낯입니다.
권력의 민낯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로펌이라는 공간을 통해 권력과 자본, 법의 작동 방식을 현실적으로 드러낸다는 데 있습니다. 법은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때로는 선택된 사람의 편에만 작동하는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TK라는 조직 아래에서 오수재는 도구였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말단 존재였습니다. 그녀가 잘려 나가는 순간조차 누구도 보호하지 않는 구조는, 성공이 만들어낸 허상과 권력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드라마는 특별한 장치를 쓰지 않고도 권력이 인간의 윤리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조직이 개인을 어떻게 이용하고 폐기하는지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섬세하게 쌓아 올립니다.
사랑과 신뢰
오수재의 삶에 공찬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또 한 번 감정과 신뢰에 대한 의미를 묻습니다. 공찬은 과거 오수재를 믿었고, 오수재 역시 자신의 이익이 아닌 감정으로 그를 바라본 거의 유일한 순간이 있습니다. 드라마는 이 둘의 관계를 단순한 로맨스나 위로로 그리지 않습니다.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서사입니다. 신뢰는 가벼운 감정이 아니라 선택이며 책임이라는 사실을, 이들의 관계는 담담하지만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선택의 대가
결국 이 드라마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선택의 대가’입니다.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버렸는가, 살아남기 위해 어디까지 타협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얼마나 잃었는가 — 이 질문을 오수재는 마주합니다. 추락 이후 다시 시작한 교육자의 자리에서, 그녀는 법이 아닌 사람을 마주해야 했고, 그 과정은 하나의 깨달음이었습니다. 드라마는 선택의 순간마다 도망치지 않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며, 해피엔딩보다 더 긴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향해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