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은 2024년 11월 22일부터 2025년 1월 4일까지 방영된 12부작 작품으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에게 걸려온 한 통의 협박 전화로 시작되는 시크릿 로맨스릴러입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정치인 백사언(유연석 분)과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아내 홍희주(채수빈 분)의 결혼 생활이 이 전화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서로를 향한 의심과 감정, 숨겨진 진심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따라갑니다. 이 작품은 카카오페이지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방송과 동시에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되어 국내외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쇼윈도 부부의 팽팽한 설정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쇼윈도 부부’라는 설정을 매우 현실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백사언과 홍희주는 사랑해서 결혼했다기보다, 각자의 필요와 이해관계가 맞물린 정략결혼에 가깝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는 백사언에게 희주는 ‘흠 잡을 데 없는 배우자’이자 안정적인 가정의 상징이고, 희주에게 백사언은 생존과 일상의 기반을 제공하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두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부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을 거의 섞지 않는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관계의 냉랭함이 단순한 감정선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된 결과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사언은 일과 성공에 집착하고, 희주는 조용히 자신을 지우며 버티는 방식으로 삶을 이어갑니다. 이들의 결혼 생활 자체가 이미 하나의 ‘가면극’이자 퍼포먼스 같은 상태였기 때문에, 협박 전화 한 통은 이 가면을 깨뜨리는 촉매제가 됩니다. 시청자는 그 전까지는 감춰져 있던 이 부부의 균열을, 위기 상황 속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보게 되고,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멀어졌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품게 됩니다. 이 설정이 드라마 전반의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견고하게 받쳐 줍니다.
협박 전화로 시작되는 시크릿 로맨스릴러
*〈지금 거신 전화는〉*의 서사는 아내 희주가 납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은 희주의 차에 침입해 그녀를 위협하고, 남편 백사언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사언은 협박범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증거를 가져오라”는 식으로 차갑게 대응합니다. 심지어 “정 죽였다면, 죽인 뒤에 다시 전화하라”는 뉘앙스의 말을 내뱉는 초반부 장면은 이 부부의 관계가 이미 ‘정상 범주’를 벗어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남편이 보이는 이 이성적인 듯 비정한 태도는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이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극대화합니다.
협박 전화는 단순한 사건의 도입부가 아니라, 이 부부가 서로에게 쌓아왔던 불신과 오해를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사언은 끝까지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려 하고, 희주는 자신이 단순한 ‘정치인의 부인’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것에 직면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들 주위의 인물들—정치판, 가족, 주변 인물들의 이해관계—까지 서서히 드러나며, 로맨스와 스릴러, 정치적 긴장감이 뒤섞인 독특한 장르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협박 전화로 시작된 사건이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부부의 관계를 다시 쓰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시크릿 로맨스릴러’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숨 막히는 감정선과 캐릭터의 심리
이 드라마는 겉으로는 사건을 따라가는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선에 훨씬 더 많은 비중을 둡니다. 백사언은 겉으로는 냉철하고 계산적인 정치인이지만, 희주를 향한 감정이 단순히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아니라 훨씬 복잡한 형태라는 것이 점차 드러납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내에게 집착하며, 동시에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려 합니다. 이 모순된 태도는 그를 단순한 악인이나 무책임한 남편으로 소비하지 않고, 욕망과 책임, 사랑과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인물로 만들며 서사를 풍성하게 합니다.
반면 홍희주는 말을 아끼고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늘 후순위에 놓여 있던 사람처럼 보이지만, 협박 사건을 겪으며 점점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똑바로 바라보게 됩니다. 특히 “말을 하지 않는 아내”라는 설정은, 실제로는 말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말이 막혀버린 상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희주의 표정, 침묵, 선택을 통해 그녀가 어떤 삶을 견뎌왔는지를 보여주고, 시청자로 하여금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 결혼 생활을 버텨왔을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두 사람의 심리가 협박 사건을 통해 점점 벗겨져 나가는 과정이 바로 이 드라마의 핵심 재미입니다. 위기 상황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의심하면서도, 동시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드러나며 독특한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감정 표현이 과격하게 폭발하기보다는 잔잔한 대사와 시선, 선택을 통해 축적되는 방식이라, 보는 내내 심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관계의 회복과 어른 멜로의 정서
*〈지금 거신 전화는〉*이 단순한 스릴러나 막장극으로 흘러가지 않고 ‘어른 멜로’로서 호평을 받은 이유는, 결국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관계의 회복과 감정의 재발견이기 때문입니다. 협박 사건은 이 부부에게 있어서 관계를 완전히 끝내기 위한 계기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의 진심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건드리지 않고 지나쳤던 상처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두 사람은 비로소 “이 관계를 끝낼 것인지, 아니면 새로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지점에 서게 됩니다.
제작진이 말한 것처럼 이 드라마는 쇼윈도 부부의 격정 멜로이자, 한 남자의 순애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백사언의 감정선이 후반부로 갈수록 선명해지고, 홍희주 역시 자신을 지키면서도 상대를 향한 마음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은 로맨스와 성장 서사가 함께 어우러진 결말을 만들어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왜 저런 사람과 계속 같이 사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지만, 마지막에는 “저 관계는 어떤 형태로든 서로에게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작품은 사랑을 이상화하지도, 결혼을 미화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관계 안에서도 다시 손을 잡을 여지가 있는지, 혹은 그마저도 하나의 집착일 뿐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지금 거신 전화는〉*은 로맨스릴러라는 장르를 입고 있지만, 결국에는 상처 난 어른들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솔직해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꽤 섬세한 어른 멜로로 기억에 남습니다.